겁 없는 10대들이 초저녁 거리에서 격렬하게 싸움을 벌였다. 한 사람은 흉기까지 꺼내들어 난동을 부렸다.
지난 1월13일 오후 7시쯤 서울 강동구 8호선 암사역 3번 출구 인근이 소란스러웠다. 10대 남성 두 명이 난투극을 벌이고 있었다. 주변에 시민들이 모여들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들은 한아무개군(19)과 박아무개군(18)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 발차기를 하며 상대를 공격했다. 한 번씩 넘어지기를 반복하다가 한군이 박군의 발에 허벅지를 맞으면서 휘청거렸다.
기선을 잡은 한군은 박군을 몰아쳤다. 박군이 넘어지자 무차별 폭행을 가한 후 들고 있던 흉기(문구용 커터칼)를 꺼내 허벅지를 찔렀다. 박군은 고통스럽다는 듯이 신음소리를 냈다.
이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두 명이 한군을 사이에 두고 제압하려고 했다.
한명은 테이저건을 겨누며 “칼을 버리라”고 했지만 한군은 오히려 경찰관을 찌를 듯한 자세를 취했다. 상황이 급박하다고 판단한 경찰관이 테이저건을 발사했지만 한군이 몸을 비틀어 피하면서 빗나갔다. 테이저건은 전극 침 두 개가 몸에 꽂혀야 작동하는데 하나가 빗나가면서 무용지물이 됐다.
다른 한 명의 경찰관은 삼단봉을 들고 한군에게 맞섰다. 한군은 역 근처에 있던 자전거 한 대를 들고 던질 태세를 취하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경찰관들이 서서리 거리를 좁혀가며 체포하려고 하자 한군은 뒤로 돌더니 쏜살같이 도망쳤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약 150m쯤 떨어진 지점에서 경찰차로 도주로를 막은 후 삼단봉으로 제압해 검거했다. 당시 상황은 한 시민이 촬영해 유튜브에 올리면서 급속도로 확산됐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들은 ‘절도 공범’이었다. 평소 알고 지내던 두 사람은 13일 새벽 4~5시쯤 강동구 소재 공영주차장, 마트, 반찬가게 등에 유리를 깨고 들어가 금품을 갈취했다. 경찰은 반찬가게에 설치돼 있던 폐쇄회로(CC)TV를 통해 박군의 신원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날 오후 1시쯤 박군을 어머니와 함께 임의 동행 형식으로 불러 조사했다. 박군은 범행 사실을 일부 자백했고 한군이 공범이라고 털어놨다. 경찰은 오후 5시쯤 박군을 일단 돌려보냈다.
이후 박군과 어머니는 암사역 근처 PC방에 있던 한군을 찾아가 경찰에서 조사받은 내용을 설명했다. 이 말을 들은 한군이 격분하면서 다툼이 벌어졌다. 한군은 박군에게 몽키스패너와 사무용 커터칼로 공격했다. 이 공구들은 절도 범행에 쓰였던 것들이다. 이것이 바로 ‘암사동 칼부림 사건’이다.
경찰은 한군을 현행범으로 체포해 특수상해 혐의로 입건했다, 박군은 허벅지에 가벼운 찰과상을 입었지만 부상 정도가 심하지 않아 경찰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경찰은 한군에 대해 특수절도 및 특가법(보복상해)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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