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지역 최대 폭력조직인 ‘국제PJ파’는 1986년에 결성됐다.
구서방파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김아무개씨(32 전과9범)가 따르던 후배들을 모아 새로운 폭력단체를 만들었다. 결성 당시 조직원들은 약 134명쯤 됐다. 조직의 명칭은 이들이 자주 다니던 당구장(국제)과 음악감상실(PJ)를 합쳐 지었다.
국제PJ파는 관할구역을 정하고 콜박스파 등 다른 조직을 견제하면서 세력을 확장했다. 이들은 유흥업, 불법 카지노장 등을 운영하고 각종 이권 사업에 개입하면서 조직의 규모를 키워왔다.
이후 여기서 확보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활동 범위를 서울까지 확대하면서 전국구 조직으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지역 조폭들과 끊임없는 세력 다툼을 벌였다.
1988년 2월13일 새벽 광주 대인동의 한 여관에 투숙 중이던 콜박스파 조직원 송아무개씨(30)가 국제PJ파 조직원 10여명에게 납치됐다. 이들은 송씨를 자동차로 납치해 온 몸을 칼로 7군데나 난자했다. 국제PJ파 조직원들은 피투성이가 된 송씨를 서구 신안동 북구청 길바닥에 버리고 달아났다.
이런 사실을 안 콜박스파는 곧바로 보복에 들어갔다. 당시 조선대 부속병원에는 국제PJ파 조직원 박아무개씨(28)가 입원해 있었다. 새벽 4시20분쯤 콜박스파 조직원 15명은 쇠파이프, 화염병, 도끼, 식칼, 낫 등으로 무장하고 조대 부속병원으로 쳐들어갔다. 박씨는 20여명의 국제PJ파 조직원들이 보호하고 있었다.
콜박스파와 국제PJ파는 쇠파이프와 낫 등을 휘두르며 난투극을 벌였다. 콜박스파는 숫자에서 밀리자 화염병 등을 마구 던져 병원 유리창 20여 장을 깬 뒤 타고 왔던 승용차편으로 달아났다.
경찰이 추적에 나서자 이들은 광주시내를 빠져나가 전북으로 진입했다. 그리고 장수군 반암면 유정리 앞 88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내고 논바닥에 승용차를 버린 후 잠적했다. 경찰은 승용차 안에서 병원 습격 때 사용한 흉기와 176만원이 든 예금통장 1개를 찾아냈다. 차 시트에는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 이후에도 두 조직은 서로 세력 다툼을 하면서 숱하게 난투극을 벌였다.
2007년 1월에는 국제PJ파와 동아파가 조직 간 전쟁 직전까지 갔다. 동아파 조직원 채아무개씨(32)는 2006년 12월16일 이틀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불법 카지노바에서 바카라게임을 하다가 5천여 만 원을 잃었다. 그러자 채씨는 3일 후 카지노바를 운영하던 국제PJ파 행동대원 강아무개씨(33)를 강남구 청담동 노상으로 불러냈다. 그는 함께 도박을 한 친구 이아무개씨(34)와 강씨를 위협, 속칭 ‘뽀찌(개평ㆍ도박에서 이긴 사람이 주위 사람에게 일정액을 나눠주는 것)’ 명목으로 1000만원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강씨가 이를 거부하고 무시하는 말투로 핀잔을 주자 이에 격분해 채씨가 자신의 승용차 안에 보관 중이던 흉기를 꺼내 강씨의 옆구리를 찔렀다. 간신히 도망쳐 목숨을 건진 강씨는 이들의 추적이 두려워 서울시내 병원 3군데를 옮겨다니며 몰래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불법 카지노바 영업 사실이 적발될 것을 우려해 신고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경찰 정보망에 걸리면서 강남경찰서는 채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하고 이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하지만 경찰이 내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조직 간 내부적으로 해결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당시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결혼식장에 사복경찰관 30여명을 배치했었다. 자칫 조직폭력배간 대낮의 활극이 벌어질 뻔한 일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제PJ파는 동아파를 상대로 전면적인 보복을 계획했다. 국제PJ파는 서울 논현동에서 열리는 ‘동아파’ 조직원의 결혼식을 디데이로 잡았다. 결혼식장을 습격하기로 했다.
국제PJ파에는 미성년자인 학생들도 상당수 가입돼 있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세력을 과시하기 위해 경쟁 폭력 조직과 패싸움을 벌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1997년 4월6일 새벽 1시15분 국제PJ파 조직원인 김아무개군(16‧광주G공고1년) 등 7명은 흉기와 쇠파이프 등을 들고 광주 주월동 주월중학교 운동장에 나타나 '신양OB파' 조직원인 김아무개군(15‧광주M고 1년) 등 12명과 집단 패싸움을 벌였다. 이때 국제PJ파의 김군이 신양OB파 김군의 복부를 찔러 중상을 입히기도 했다.
이에 앞선 92년 5월8일에는 친구를 찾는다며 고등학교에 들어가 교장을 폭행하는 일도 있었다. 이날 오후 1시40분쯤 국제PJ파 행동대원 한아무개군(17) 등 10대 2명은 동일실고 전기과 실습장에 친구를 찾아갔다가 학내 수업 상황을 돌아보던 이 학교 최아무개 교장(55)과 마주쳤다.
최 교장이 "우리 학교 학생이 아닌 것 같은데 무엇하러 왔느냐"고 묻자 실습생 5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욕설을 퍼부으며 최 교장의 멱살을 잡고 옆구리를 발로 찬 뒤 마루바닥에 넘어뜨리고 달아났다.
국제PJ파는 3대 패밀리로 불리는 서방파, 양은이파, OB파가 와해된 후 호남 조폭의 맹주가 됐다. 경찰은 1990년 국제PJ파 조직을 와해시키기 대대적인 검거작전을 벌여 두목 김씨 등 간부들이 대거 구속됐지만 지금까지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왔다.
2001년 기준으로 경찰이 관리대상 명단에 올려놓은 국제PJ파 조직원은 55명이다. 현재는 그 숫자가 훨씬 늘어나 100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기업형 조직으로 탈바꿈하면서 여전히 사회 암적인 존재로 살아가고 있다. 현재 두목은 김씨가 그대로 맡고 있으나 실세는 부두목 조규석(60)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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