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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 악연으로 끝났다.
지난 2008년 최아무개씨(52)는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에 있는 한 식당을 방문했다가 주인 이아무개씨(여‧52)와 눈이 맞았다. 두 사람은 서로 호감을 갖고 만나다가 이씨가 살던 아파트에서 동거에 들어갔다.
그렇게 두 사람은 10년을 사실혼 관계로 살았다.
그러던 지난해 6월 최씨는 이씨에게 “다른 남자가 생겼으니 헤어지자”는 이별 통보를 받는다. 최씨는 이씨에게 사정해 가까스로 관계를 이어갔다. 한 번 금이 가기 시작한 관계는 다시 회복하기 힘들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살얼음판과 같았다.
그러던 중 최씨는 이씨와 내연남 안아무개씨(52)가 다정하게 걸어 다니는 모습을 목격하고 그동안 쌓였던 감정이 폭발해 “안씨를 죽이고 나도 죽겠다”며 분을 삭였다. 2018년 8월7일 최씨와 이씨는 아침부터 심한 말다툼을 벌였다. 이씨가 “거지처럼 이게 뭐냐. 다 필요 없다. 집에서 나가”라고 하자 격분한 최씨는 집안에 있던 흉기로 이씨를 살해했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날 저녁 내연남 안씨에게 문자를 보내 동거녀가 운영하던 식당으로 유인했다. 안씨가 식당으로 들어오자 최씨는 미리 준비한 수산화나트름 용액을 얼굴에 뿌렸다.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안씨가 도망가자 최씨는 뒤를 따라가 흉기로 살해했다. 최씨는 이렇게 하루 동안 동거녀와 그의 내연남 두 명을 살해했다. 최씨는 범행 직후 112에 전화를 걸어 "아내와 아내의 내연남을 흉기로 찔렀고 나도 목숨을 끊겠다"고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독극물을 마신 최씨를 검거해 곧바로 병원으로 옮겼다. 그는 위독한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치료를 받고 회복했다. 최씨는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10년간 동거해 오면서 사실상 부부처럼 지낸 피해자와 그의 내연남으로 의심하던 남성을 살해했다. 두 피해자의 유족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을 입고 있을 것이 명백하다"며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최씨는 이에 불복해 “형량이 너무 높다”며 항소했지만 2심 또한 원심을 그대로 인용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대체 불가능한 인간의 생명을 침해하는 범죄를 저질렀다"며 "범행 경위와 과정에서 일부 이해할만한 측면도 존재하나 그 결과나 죄책을 면하거나 감할 수 있는 정도는 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1심도 이와 같은 입장과 과정을 두루 참작하고 고심 끝에 형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10년 동안 부부로 살았던 두 사람은 살인자와 피해자로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을 맞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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