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6월12일부터 비무장지대(DMZ) 북측 지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북한군 5~6명이 군사분계선을 넘었다는 징후가 포착됐고, 아군은 매일 수색 및 매복 작전을 실시했다.
15일에는 정보여단 요원들이 530GP에서 북한 측 전선을 촬영하기도 했다. 17일에는 강원도 철원군 대마리의 5사단 27연대 지역에서 북한군 초급병사 리영수(20)가 검거된다.
북한군 5군단 예하 122mm 방사포 대대 포수였던 리영수는 남한으로 향해 있던 3중 철책을 아무런 제지없이 통과했다.
그가 DMZ을 넘은 것은 13일 오전 8시30분쯤이었다.
남쪽에서는 리영수가 검거될 때까지 4일 동안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합동참모본부 조사에 따르면 리영수는 1단계로 대마리 인근 전방 철책 중 최북단의 물이 흐르는 철책 하단부의 돌을 파내고 통과했다.
2단계인 중간 철책은 경계병들이 출입하기 위해 설치됐으나 당시는 사용하지 않는 철문 틈을 이용해 무사통과했다. 이어 3단계인 남쪽 철책은 철책을 지탱하고 있는 지주(철기둥)를 타고 올라가 뛰어 넘었다.
이후 리영수는 김일성 배지가 부착된 인민군 복장을 입은 채 대마리의 민가에서 4일 동안이나 숨어 지내다 주민에 의해 발각됐다. 3중 철책이 뚫렸다는 것은 전방 경계근무의 허술함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준 것이다.
합참 조사단의 조사결과 5사단 철책 경계근무자들은 주간에 감시 및 순찰, 철책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또 안개가 끼거나 비가 올 때 초소를 늘려 경계감시를 강화토록 한 지침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도 드러났다. 주간에 초소 간 간격을 줄이도록 한 지침도 이행되지 않았다.
리영수가 통과한 지점 인근에는 초소 두 곳이 설치돼 있으나 각각 150, 250m 떨어져 당초 물샐 틈 없는 경계가 불가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합참은 해당 부대가 폐쇄회로(CCTV)와 열감지기 등을 자체 제작해 설치하고, 상황병 1명에게 이들 감시 장비 관측 임무를 부여했으며, 철책 하단부 침투방지용 철근을 보강하지 않고 소통문 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육군은 해당 부대 사단장과 연대장은 지휘책임을, 대대장 이하 관련자들은 경계소홀 책임을 물어 엄중 문책했다.
육군은 철책 인근 경계사각 지대를 없애기 위해 초소를 추가로 설치하고 경계 장비를 추가로 보강에 나섰다. 3중 철책이 뚫리자 군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언론에서는 최전방 경계근무 허점을 드러낸 군을 매섭게 질타했다. 무너진 군 기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여론도 불길처럼 일어났다.
군은 이에 따른 후속조치로 5사단과 28사단 지역에 ‘진돗개 둘’을 발령했다.
‘진돗개 경보’는 북한의 무장공비나 특수부대원 등이 국내에 침투했을 때, 부대에서 탈영병이 발생했을 때 등 국지적 위협 상황이 일어났을 때 발령되는 단계별 경보 조치다. ‘진돗개 둘’은 군대와 경찰이 비상경계 태세에 들어간다.
진돗개 둘이 발령되면서 28사단의 530GP 등은 최고조의 경계근무에 들어갔다. 18일~19일에는 530GP 작전지역에서 주‧야간 수색매복 등이 실시됐다. 그러면서 DMZ을 사이에 두고 북한군과 아군의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19일 새벽 530GP 사건이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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